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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되어 바로 전 날 세상을 떠난 아내의 소식을 모르는 김정희가 아내 예안 이씨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어느덧 동지가 이르렀는데, 아픈 몸은 어떠한지요? 그 병의 증세는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어렵습니다만 그간 병의 차도는 어떠한지요? 벌써 석 달이 넘었는데, 몸의 원기가 오죽이나 쇠하였겠습니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염려는 되나 어떻게 할 길이 없소이다. 잠자는 것과 식사하시는 형편은 어떠하신지요? 그동안 무슨 약을 드시는지요? 아주 몸져 드러누웠다 하시니, 나의 간절한 심려가 갈수록 진정치 못하겠습니다.
아내의 부음을 한달 후에나 알게 된 후, 통곡을 하며 쓴 '애서문哀逝文'
1842년 11월 13일에 부인이 예산의 집에서 일생을 마쳤으나 그 다음 달 15일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부고가 제주도에 전해왔다. 그리하여 지아비 김정희는 위패를 설치하고 통곡하면서 살아서도 이별했는데 이제 죽어서 또 이별함을 참담히 여긴다. 영영히 가버려서 따라갈 수도 없는 일이 되었음이 서러워 이에 몇 줄의 글을 엮어 집에 부치고 이 글이 당도하는 날 집에서 아내에게 제물을 차려 올릴 때 그 영전에 이 애서문을 고하게 하였다.
아! 아! 나는 형벌을 받거나 저 큰 고개와 큰 바다를 넘는 유배지에 갈 때에도 일찍이 내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놀라고 울렁거리고 얼이 빠지고 혼이 다 달아나서 내 마음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이는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요. 아! 아! 사람은 다 죽는다고 하지만 당신만은 죽지 말아야 했습니다.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었기에 죽어서도 한없는 슬픔을 품고 더 할 수 없는 원한을 지녔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그 슬픔과 원한은 뿜으면 무지개가 되고 맺히면 우박이 되어 족히 공자의 마음이라도 흔들어놓을 수 있었겠기에, 형벌을 받는 것보다도 저 큰 고개와 큰 바다를 넘어가는 유배길보다도 훨씬 더 심했을 것입니다. (…후략)
희암希菴 채평윤이 아내가 죽은지 3년째 되던 해에 묘를 한산으로 이장한 후 지은 글
아! 지난날 꿈속에서도 환하게 나를 맞아주던 이는 바로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어찌해서 아득히 만날 수도 없게 하여 나로 하여금 저 외론 무덤만 부여잡고 울게 하는 것인가요. 당신이 죽은 지 삼 년 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황홀하기만 하오. 저 동호銅湖를 건너 서쪽으로 가 능음의 옛집에 이르러 보니, 무성한 살구나무는 당신이 심었던 것이고, 완연한 누각은 당신이 오르던 곳이라. 동산의 나뭇가지들은 소리치고, 강가의 새들은 구슬피 울어대며, 아이 종은 나를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질 않는구려. 성안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아 남쪽 산기슭의 붉은 문 안을 들여다보니, 시냇물은 잔잔히 울며 흐르고 새싹들은 돋아나며, 소나무엔 슬픈 바람 소리가 일어난다오. 당신의 평생 자취 찾아보려 하지만 당신이 있던 방엔 사람도 없고 정원도 텅 비었소. (…중략…) 북창을 여니 눈물이 흐르오. 늙은 뽕나무는 담장 밑에 늘어져 홀로 서 있소. 매년 봄이 되어 열린 뽕잎이 돋아나면 당신은 그 뽕잎을 따서 고운 바구니에 담았고, 나는 『시경』의 ‘빈풍豳風’ 장을 노래했지요. 예전에 당신과 나란히 걷기도 하고 서로 쫓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당신의 그림자만 붙잡고 나 홀로 돌아가오. 뒤엉킨 가지들은 비통한 내 마음과도 같은데, 저 멀리 성곽을 돌아 낙막한 마음으로 산을 올라봅니다. 큰 강은 끊임없이 서쪽으로 흐르는데, 사람은 한 번 가면 어찌해서 돌아오질 않는 것 인가요. 묵은 풀엔 처량한 비요, 황량한 연기 속에 저녁 햇살 비치는데, 기러기는 쌍쌍이 북쪽으로 날아가고, 아득하고 아득한 저 하늘엔 외론 구름뿐이라. 다 끝이 났구려! 백 년 세월도 한순간에 떨어지고 머무르지 않는데, 아! 언제 당신을 만나볼 수 있을는지, 슬프기만 합니다.
1718년 아내의 사후 12년째가 되는 해, 아내를 향한 그리움으로 쓴 글
황천길은 이미 막히었고 자취도 점차 아득해졌다오. 거친 언덕엔 풀만 무성하고 가는 봄에 석양만 기울었는데, 나 홀로 이 세상에 남아 다시 이 바닷가 고을을 맡았소. 옆에는 옥마산玉馬山이 잇고 하늘엔 별들이라오. 옛날 일을 추억해보자니, 내 마음만 슬퍼질 뿐이오. 이 눈물 다하노라면 가버린 당신도 알겠지요.
효전孝田 심노숭이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동갑내기 아내 경완 이씨를 기리며
새벽 머리맡엔 온갖 근심 몰려오고 등불도 없는데 낙숫물 소리만 들려오는구려. 내 지나온 삶을 참회해보노라니 문득 깨달음을 얻은 승려인 듯만 하오.죽음은 참으로 슬픈 것이지만 삶 또한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오. 한바탕 꿈처럼 아득했던 이 세상, 당신 먼저 그 먼 곳을 구경하오. 작년 바로 이날, 남산 아래 집에서의 일이 생각나는구려. 얼음 소반에는 떡이 담기고 마루에선 웃음소리 넘쳐났지요. 아이는 떡을 이어놓았고 당신은 나를 위해 술을 따라주었지요. 나는 취해서 시를 읊조리다보니 밤이 되고 말았다오. 지금은 혼자 쓸쓸히 집에 있지만 손님만 같구려. 그대 혼령 아직 잠들지 않았다면 이런 나를 보고 몹시 슬퍼하겠지요. 남은 꽃들은 집을 둘렀고 나무에선 매미 울어대는데 하늘엔 구름, 땅에는 강물만 흘러간다오.
출처 - 옛 사람들의 눈물 - 조선의 만시 이야기 (전송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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